[PUBLIC ART] 진화하는 스마트시티 : 디지털 트윈과 미술
PUBLIC ART 2020년 11월호
● 기획 편집부 ● 글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수년 전부터 일상에서 자주 들어온 스마트 시티는 우리가 내용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다양한 정책에서 선전되어 이미 진부한 의미로 퇴색된 듯 하다. 전편에서 지적했듯 스마트 시티 계획에서는 미술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주로 물리적 환경의 정보관리와 서비스 전략에 관한 언급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도시는 미학적 환경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공공미술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스마트 시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다양한 개념으로 우리 일상에 스며있다. 또한 다양한 기법과 의미로 빠르게 진화하며 우리의 생활양식을 반영하고 때로는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스마트 시티라는 큰 틀 안에서 도시의 실질적인 공간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공간질서나 공간정서가 요구되는 전혀 전혀 다른 공간성이 접목되고 있다. 최근 구체화되어 발표된 “디지털 트윈”이 그것이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빛나는 혜택과 전망이 쏟아지지만 반대로 간과되는 점들에 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접하게 될 완전 새로운 공간성에 미술이 어떠한 형태로 개입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전망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바로 작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 시티제니스(CityZenith)는 인도 신도시 아마라바티(Amaravati)의 대화형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시티제니스가 공개한 비디오는 수백 개의 사물 인터넷 시스템과 공용 데이터베이스가 단일 포탈로 연결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쉬(Andrhra Pradesh)주정부와 프랑스 3차원경험회사가 세계 최초의 기술 주도 청정 녹색 도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수도의 가상 시뮬레이션 모델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용자는 건설 진행 상황, 교통, 환경 조건, 공공 안전, 에너지 소비 및 건물 점유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는 모도시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로 불린다.
세계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스마트시티가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는데, 가장 흥미롭게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으나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통합적인 플랫폼형식의 개념이 바로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의 특성은 도시 계획자, 정책 입안자, 리소스 관리자 및 자산 소유자에게 정적인 데이터 모델보다 더 많은 도구와 정보를 제공한다. 건설, 엔지니어링, 제조 및 자동차 산업에서 개별 자산의 디지털 트윈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원격 제어, 시나리오 테스트 및 전략 계획에 사용된다. 또한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면 시민이 계획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다양한 영향을 직접 미리 탐색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시뮬레이션 또는 파생 데이터를 통해 아파트 계획안이 도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는 출퇴근 시 얼마나 교통이 혼잡한지 먼저 시뮬레이션 해 봄으로서 알 수 있다. 아마라바티의 실제 개발은 정치적 환경 변화로 인해 올해 7월에 중단되었지만 싱가폴, 핀란드, 글래스고, 보스턴, 자이푸르 등의 도시는 여전히 가상 도플갱어인 디지털 트윈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데이비드 젤런터(David Gelernter)의 1991년 저서 미러 월드(Mirror Worlds)에 의해 출현되었다. 플로리다 공대(Florida Institute of Technology)의 마이클 그리브스(Michael Grieves)가 처음으로 디지털 트윈 개념을 제조에 적용한 것은 업계 및 학술 출판물 모두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 모델은 2002년 당시 제조엔지니어 협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소개했고 제품수명주기 관리의 기본 개념 모델로 디지털 트윈을 제안했다. 이후 몇 가지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다가 2010년 NASA의 존 빅커(John Vickers)가 로드맵 보고서에서 "디지털 트윈"이라고 불렀다. 디지털 트윈 개념은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가상 제품 및 두 제품 간의 연결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개념이 처음에서는 최적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3D모델이나 3D 프린팅으로 구현되었다. 이후 시뮬레이션을 위해 복제된 것이 원본과 상호작용을 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물리적인 부분과 비물리적인 부분을 소통하는 영역이 AI나 머신러닝을 통해 누적되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스마트 시티에 접목시키고 있다.
요컨대, 현재도시와 똑같은 또 다른 도시를 3D 모델링 도시를 만들어 각종 정보를 입력하여 특정 상황에 대해 모의실험을 하거나 특정 서비스에 관한 공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여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시뮬레이션 툴 같지만 세부 건축물을 포함한 도시의 모든 정보를 똑같이 만들어 그 안에서 각종 정보를 담아 서비스 프로그램을 구동 시킬 경우 실제 우리 일상은 많은 시간이 이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주민회의장소가 비좁은 경우 위치기반의 디지털 트윈 안에서 장소를 만들어 그 안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정보를 누적시키고 의견을 결정할 수 있다. 도시공간에 대한 범죄데이터의 상세 정보나 미세기후를 실시간으로 위치기반으로 현재공간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시가 쌍둥이 공간은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히 도시 인프라의 작동 시뮬레이션이나 정보 서비스 플랫폼일까? 헬싱키가 채용한 경우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일년의 절반이 영하의 기온이라 관광 활성화에 큰 고민이 있었다. 강추위로 인해 야기되는 관광객의 불편을 개선하며 100만명의 새로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실내공간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관광지에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다양한 사업자와 정보제공자들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는 것, 버추얼 헬싱키가 바로 그것이다.
쌍둥이 헬싱키를 고품질의 3D로 만들어 디지털 체험프로그램을 얹었다. 사용자는 유명관광명소인 세니트 스퀘어(Senate Square)을 방문할 수 있고,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lto)의 집과 스튜디오 내부를 탐험하거나 론나(Lonna)섬의 자연 속에 머물 수도 있다. 35명 이상의 국제팀이 이 정책에 투입되었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장 사실적인 고품질 음향과 시각적 풍경을 만드는데 지난 3년 동안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앱을 통해 관광객으로 하여금 시뮬레이션 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불러일으키며, 관광객들은 20세기 초의 헬싱키도 방문할 수 있고 가게에 들려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으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다. 헬싱키는 이를 통해 관광에 대한 혁신적 접근으로 유럽 스마트관광의 수도라는 새 타이틀을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에 개발되었으나 비대면 활동이 절실한 현재상황에 너무나 유용한 관광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미술의 관점에서 물리적 공간과 똑같은 가상공간이 지니는 공간성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첫째는 미술작업의 미디엄으로서의 디지털 트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이것은 제품의 완성도를 위한 시뮬레이션 도구로 활용되면서 진화해 왔고 도구로써 또 다른 공간으로써 다양한 형상의 미디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미술작업의 새로운 무한한 모양의 캔버스이자 다양한 재질의 찰흙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자체가 미술의 새로운 재료가 되어 물리적인 실체와 연결된 미술의 작업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트윈은 미술전시의 혁신적인 장소로서 가능성을 지닌다. 화이트 큐브 전시와 공공미술이 나뉘어 졌고 속성마저 구분되어 언급되어온 작금의 현실은 경계가 흐려지고 혼재되고 다른 형식의 재정의된 경계를 통해 미술감상의 새로운 양상에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미술감상은 우리 몸이 직접 그 장소까지 그 시간에 가야 하지만, 디지털 트윈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장소경험이 가능하다. 사적 장소와 공적 장소의 구분이 재정의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재의 모습대로 가로나 건축의 외부공간에 설치된 미술작품을 공공 미술이라고 하는 개념도 정의가 재정립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트윈에서는 건축물의 내부 곳곳이 공적으로 개방될 경우 미술이 설치되면 도시와 공공미술을 접목시키는 방식이 기존과 달리 초거시적이며 초미시적으로 접근가능하고 실시간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여 보다 재설정이 가능하여 효율적인 도시미학플랜을 수립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미술작품의 작가와 전시기획자, 심지어 관람자가 구분되지 않고 프로그램에 의해 쌍둥이 공간의 미학적 콘텐트가 실시간으로 생산되어 전시 및 관람 되고 재생산될 수 있다. 물리적 환경인 스마트 시티에서보다 훨씬 더 유연한 방식으로 미술이 구현되고 미학적 생활이 확산될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이 확대 보급되고 있는 작금의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학 언어의 탄생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사실 전광판이 RGB LED 모듈과 약간의 프로그램, 혹은 영상작업들이 이전시대의 거장의 감흥을 충분히 뛰어넘지 못한다. 최소한 시각적 언어에서는 말이다. 미술 외의 영역에서 넘쳐나는 시각문화의 생산 탓도 있지만 많은 자극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술의 다양한 시도가 그저 무리수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양상이 스마트 시티의 물리적 도시라고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디지털 트윈은 다를 것이라 기대한다. 시각보다는 매개변수나 알고리즘의 사용에 집중해야 하는 점은 미술의 근본적인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의 회귀와 이에 관한 표현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여 디지털 트윈의 공간성이 미술을 더욱 가치 발휘할 수 있게 하리라 전망한다.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캠브리지 대학의 디지털 빌트 브리튼 센터(Digital Built Britain center) 산하 국가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National Digital Twin)의 영국 네트워크 연구원인 티메아 노치타(Timea Nochta)와 리 완(Li Wan)은 스마트 시티의 기술 낙관주의에 대해 경고한다. 그들이 수행한 2019년 연구에서 물리적 세계의 디지털 표현인 디지털 트윈이 근본적인 사회 정치적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도시 규모의 디지털 트윈이 적절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신뢰, 투명성, 사회적 가치, 소유권, 저작권, 책임 및 보안을 포함하는 도시 규모의 디지털 트윈 지침을 강조한다.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도 이러한 지침 하에서 가능하며 다양한 창의성도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음의 준비 없이 맞닥뜨린 비대면 감상의 솔루션을 찾던 우리에게 디지털 트윈은 마침 가능성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미술의 보다 무한한 캔버스이자 유연한 갤러리가 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에서 미학적 조우의 날을 곧 기대해 본다.
한은주, 공간건축에서 실무 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도시공간에서의 위치기반 인터렉션디자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iggraph 2009에서 건축과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1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초대작가다. 2017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25th 세계건축상(WA), 아메리카 건축상(AAP), 2018 한국공간문화대상, 2019 한국공간학회연합회 초대작가상, 레드닷어워드 본상, 대한민국 스마트도시건축대상을 수상했다. SPACE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소프트아키텍쳐랩의 대표로 예술작업, 글쓰기, 혁신디자인공학 등의 작업을 통해 도시와 건축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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